“해변을 거닐다 보면 한두 개씩 조개, 소라껍데기를 줍곤 한다. 이를 줍줍이라고 한다. 인터넷 게임에서 탄생했다는 이 표현은 그냥 ‘줍는다’ 보다 약간 특별하고 ‘수집’보다는 말랑한 귀여움이 있는 것 같아 좋아하게 되었다. 순간의 분위기에 취해 무언갈 줍기도 하고, 특정 이유로 줍기도 한다. 때로 주머니 속에 방치되었다가 해를 지나 발견하면 그해 줍줍의 순간으로 이동하게 된다. 줍줍은 또 다른 줍줍을 부른다. 산기슭에 납작한 돌 하나를 올리면 그 위에 다른 돌멩이가 올려지고 다시금 산사를 찾을 땐 작은 돌탑이 가득하다. 두 개의 소라껍데기가 선반에 놓이면, 어느샌가 나는 소라껍데기를 찾아 헤메는 수집가가 되기도 한다.”– 이미주 작가노트 中
[데일리투데이 황소현 기자] Gallery BK Hannam 1층에서 오는 9월 20일부터 10월 11일까지 이미주의 ‘Everyday Gleaning’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미주는 무언가를 수집하고, 그것을 진열하는 행위를 통해 의미를 부여하는 일상 속 다양한 사건과 장면에 초점을 맞춘 회화작업을 선보인다.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 읽고 있는 글, 자신의 생각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는 미셸 투르니에의 산문집 ‘외면일기’처럼 매일의 비정형 잡동사니 같은 일화들을 가지런히 모아, 운율을 가진 시각언어로 재구성한다.
매일 수많은 사물과 스쳐 지나가는 수백만 가지의 감정과 장면 중 어떤 것을 고르고, 다듬고 때론 이야기를 덧대어 각자의 고유한 곳에 귀하게 모아둔다.
수만 개의 이름 없는 장미에서 하나의 특별한 장미가 된 사물들은 하나의 저장된 기억으로 안내하는 버튼과 같다.
이처럼 끊임없는 수집과 선택, 배치를 통해 쌓는 무언가는 곧 개인의 역사가 된다. 우리는 주워온 기억들과 사물을 통해 거대한 의미에 묻혀 사라져가는 개인성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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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dailytoday.co.kr/news/view.php?idx=75831기사등록 2022-09-08 13: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