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탁 목사의 ‘기독교 신앙칼럼’]
”휴전선 밤하늘에 띄워진 열풍선” 3편
글/ 양의탁 목사
그랜드 래피즈 고백교회(Go Back Church) 담임목사
최고참 상황병인 최 병장이 소대 상황실에서 우리 초소 박 병장에게 교신을 취해왔다.
“여기는 상황실, 178대 답하라 이상.” “네, 여기는 178 말씀하십시오 이상.”
“야! 박 병장 니 부사수가 양개탁이 맞냐? ”
"네, 그렇습니다.”
“야! 그 새끼 완전히 밟아버려. 아침에 철수할 때 기어서 나오게 만들어!”
“네, 알겠습니다.”
나는 초저녁이었던 그 시간부터 새벽 동 틀 때까지 주먹과 발로 무차별적인 구타를 당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거의 대여섯 시간 동안을 두들겨 맞았다.
자대에 배치은 지 불과 1개월이 조금 지났을까 말까한 시점이었다, 첫 번째 초소 비치물품과 관련해서는 어떤 정보도 교육도 받은 적이 없는 나로서는 너무도 억울했으나 나의 억울함을 받아줄 곳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처벌은 그 것으로 끝나지 않았고 그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백마고지 바로 남쪽에 위치한 5사단 영역의 철책선 지역은 철원과 맞닿아있었고, 연천, 전곡의 북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겨울에는 매우 추웠다. 북극이나 남극의 온도가 그 곳에서 가끔 보이곤 했었다.
아주 추울 때는 영하 30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당시 그 곳에서 철책선 근무하는 병사들은 가을에 접어들면 벌써부터 이미 방한조끼와 두꺼운 스키파카를 야전 점퍼 위에 입고서 근무했었다.
또한 군화 대신에 방한화를 내피, 외피 모두 끼워서 신었었고 장갑도 스키 장갑을 제공받아 밤새 근무하는 동안에 체온을 유지시켰다.
그런데 당시 나는 이 수류탄 미배치 사건을 이유로 고참들로부터 질책성 조치를 받게 되었는데, 그 것은 동절기 모든 방한복장과 장구를 지급받지 못한 상태로 영하 25~30도를 오르내리는 철책선 근무를 서야하는 것이었다.
그저 얇은 야전 점퍼 차림에 일반 군화를 신은 채로 그 혹독한 추위를 밤새 견뎌야만 했었다. 결국 얼굴에 안면 동상이 걸렸고 양 쪽 발가락에도 동상을 입게 되었다.
나는 철원 평야와 역곡척 계곡이 흐르는 그 곳의 혹한을 견디기 위해 밤새 뛰고 팔굽혀펴기 운동을 300번씩 하는 등 추위를 견디기 위해 코피를 쏟을 정도로 계속 움직여야만 했었다.
그런데 바로 그럴 때였다. 다음 초소로 이동하면서 근무를 이어갔는데 초소 간 이동 중에 무언가 계속 따라다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자꾸 뒤를 돌아보는 습관이 생길 정도였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어떤 커다란 풍선 같은 것이 따뜻한 온기를 나에게 계속 보내주는 것처럼 내 몸 주변이 따뜻해지는 것이었다.
뒤돌아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분명히 무엇인가 공중에 둥둥 떠 있었고 나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따뜻한 열기를 보내주고 있었다.
그래서 그 얇은 야전 점퍼를 입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GOP철책선의 긴긴 밤을 감기도 걸리지 않고 이겨낼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거의 한 달간을 매일 휴전선 경계근무를 섰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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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dailytoday.co.kr/news/view.php?idx=72480기사등록 2022-07-17 12:3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