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진 크리스티나 감독
“5월 어린이들을 위한 클래식 음악동화”
카미유 생상스 ' 동물의 사육제 '
Camille Saint-Saëns ' Le carnaval des animaux '
음악 칼럼니스트) 여명진 크리스티나
現) 독일 뮌헨 대교구 소속 가톨릭 교회음악가 및 지역 음악감독
-유로저널 독일부 기자
-음악 칼럼니스트
mchristinayeo@gmail.com
공원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소리가 귀를 간질이는 봄. 아침이면 새가 지저귀고 기분 좋은 햇살이 내리쬔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여전히 공연장을 찾기 쉽지 않은 요즘, 상상력을 펼쳐 환상의 나라로 여행을 떠나게 해 줄 음악동화에 귀를 기울여보자.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는 실내악 오케스트라 모음곡으로, 짧은 14개 곡으로 이루어져있다.
유럽에서는 예수의 수난을 기억하는 긴 사순절이 시작되기 전 축제 기간을 갖는다.
첼리스트 샤를 조셉 브루크는 이 사순절 기간이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 전 날인 화요일에 매년 작은 음악회를 열고 지인들을 초대했다. 생상스는 이런 브루크에게 1886년 2월 '동물의 사육제'를 작곡해 선물했고, 브루크는 5월 9일 이곡을 초연했다.
사순절 기간 동안은 기독교 전통에 따라 육식을 금하는데, 이 금육기간을 즐거워하는 동물들의 모습을 재미있게 묘사하며 작곡한 곡이 바로 '동물의 사육제'이다.
이미 작곡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던 생상스는 평생동안 이곡의 출판을 반대했다.
‘가볍고 예술적이지 못한 곡’으로 평가를 받을까 두려워서기도 했고, 4악장 거북이와 5악장 코끼리에서는 베를리오즈와 멘델스존의 곡을 인용되어있어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첼리스트 부르크를 위해 작곡한 곡인만큼, 우아하고 유려한 첼로 선율이 길게 이어지는 13악장 ‘백조’는 그의 생전에 유일하게 출판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생상스가 평상 출판을 피해왔던 ‘동물의 사육제’는 그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곡이 되었다.
제1곡 : 서주와 사자왕의 행진 (Introduction et marche royale du lion)
제2곡 : 수탉과 암탉 (Poules et coqs)
제3곡 : 야생 당나귀 (Hémiones)
제4곡 : 거북이 (Tortues)
제5곡 : 코끼리 (L' éléphant)
제6곡 : 캥거루 (Kangaroos)
제7곡 : 수족관(Aquarium)
제8곡 : 귀가 긴 등장인물 (노새) (Personnages à longues oreilles)
제9곡 : 숲속의 뻐꾸기 (Le coucou au fond des bois)
제10곡 : 큰 새장 (Volières)
제11곡 : 피아니스트 (Pianistes)
제12곡 : 화석 (Fossiles)
제13곡 : 백조 (Le cygne)
제14곡 : 피날레 (Final)
제 1곡은 ‘사자왕의 행진‘으로, 피아노가 팡파레 리듬을 연주하며 위풍당당한 사자의 등장을 알린다. 위엄 있게 행진하며 으르렁대는 사자를 묘사한 곡이다.
제 2곡에선 수탉과 암탉이 서로 쪼아 먹고 싸우며 꼬꼬댁 거리고, 제 3곡에 이르면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 당나귀가 정신없이 초원을 종횡무진 뛰어다닌다.
제 4곡 거북이는 오펜바흐의 오페레타 ‘천국과 지옥’에 나오는 캉캉 선율을 아주 느릿느릿 연주하며 거북이를 재치 있게 묘사했다.
제 7곡 수족관은 마법같이 신비로운 분위기의 곡으로 영화 '해리포터(Harry Potter)'에도 삽입되었다. 깊은 바다 속에 흩어지는 햇살과 물빛, 쏟아지는 별빛 소리를 담은 곡이다.
제 11곡 피아니스트는 유일하게 사람이 등장하는 곡이다. 생상스는 이 곡에 ‘초보자의 연주모습과 어색함을 표현 할 것’이라고 지시어를 써놓았다.
‘도레도레, 도레도레’, 엄마와 선생님 앞에서 혼나며 지겹게 연습하던 피아노 선율이 고집스럽게 흘러나온다. ‘재능있는 피아니스트였던 생상스 역시 피아노 연습이 하기 싫을 때 꾸역꾸역 연습을 해야 했던 자신의 모습이 가끔 동물 같이 느껴졌던 것은 아닐까?
제 12곡은 ‘화석’이라는 제목을 붙였는데, 생상스 본인이 작곡한 ‘죽음의 무도’에서 해골들이 정신없이 연주하는 선율을 실로폰이 연주하도록 쓰여졌다.
또 우리에게 ‘반짝반짝 작은 별’로 알려진 모차르트의 곡, 로시니의 ‘방금 그 노랫소리’등 곳곳에 재치 있는 선율이 숨어있다.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지는 14개의 이야기에는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모든 동물들이 재등장해 출제를 하고 ‘동물의 사육제’는 막을 내린다.
*다음 편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피터와 늑대-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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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dailytoday.co.kr/news/view.php?idx=48361기사등록 2021-05-02 13:53:40